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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더 페이버릿, 궁중 권력극의 심리전 해석

by N픽스 2025. 6. 14.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은 권력, 유혹, 생존을 다룬 해부학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18세기 초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대적인 불안과 야망, 사랑과 고립이 얽힌 인간 본성의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궁정을 권력 투쟁의 무대로 만들며, 속삭임과 배신이 법령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를 보여줍니다.

 

더 페이버릿, 궁중 권력극의 심리전

1. 심리 전장의 궁정

왕궁은 마음의 전쟁터입니다.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은 영화 속에서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인물로 그려지며, 상실과 병약함에 시달립니다.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은 친절과 충성을 무기로 삼아 접근합니다.

레이디 사라(레이첼 와이즈)는 엄격한 보호자이자 전략적인 조언자로, 앤에게 날선 진실을 말하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반면 애비게일(엠마 스톤)은 처음엔 순진한 하녀로 등장하지만, 점점 감정 표현과 신뢰를 무기로 영향력을 넓혀갑니다.

이 둘의 심리 게임은 눈빛과 몸짓 하나로도 권력의 판도를 바꾸는 숨막히는 체스 경기처럼 전개됩니다.

2. 여성 주체성과 경쟁의 재구성

더 페이버릿은 남성 중심의 권력 갈등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해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완벽하거나 이상적인 인물이 아닙니다. 사라와 애비게일 모두 이기적이고, 계산적이며, 잔인한 선택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애정싸움이 아니라 권력의 중심에 가까워지려는 투쟁입니다. 앤의 총애는 감정적 안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 공식적 권한을 가질 수 없는 시대 속에서, 그들은 비공식적 권력의 거장으로 등장합니다.

3. 사랑, 외로움, 그리고 통제력

앤 여왕은 영화 속 권력 투쟁의 중심입니다. 그녀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그 갈망 때문에 가장 쉽게 조종당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라와의 관계는 오랜 신뢰와 솔직함이 바탕이지만, 잔인하고 냉정한 면모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반면 애비게일은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접근하며, 점차 야망에 따라 감정을 조정해 나갑니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진실한 감정이기보다는 거래 수단입니다. 애정을 주는 대가로 권력과 안정이 오고 갑니다. 사라의 솔직함은 앤을 고립시키고, 애비게일의 부드러움은 그녀를 포획합니다.

4.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 차가움과 유머의 공존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거리감을 유지한 연출로 관객을 관찰자 입장에 둡니다. 피쉬아이 렌즈, 자연광 사용, 제한된 구도로 인물 간 심리적 긴장을 극대화합니다. 대사는 간결하고 때로는 불편하게 건조하며, 이를 통해 캐릭터들의 냉정한 본질을 드러냅니다.

유머는 불쾌함을 덜어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권력과 정서의 기이한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목욕 중의 대화, 무도회장에서의 숨은 감정처럼, 사적인 순간이 심리전의 무대로 탈바꿈합니다.

5. 의상과 공간이 말하는 상징성

미장센은 매우 정교합니다. 애비게일의 복장은 상승 곡선처럼 변화하며, 초기의 어두운 복장에서는 점점 더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반대로 사라의 의상은 위엄은 있지만 점점 차가워지며 그녀의 소외를 상징합니다.

궁정 내부는 권력의 위계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앤의 침실, 사라의 서재, 연회장은 각각 감정과 지위, 그리고 소외의 단면을 드러냅니다. 이 공간들은 무대이자 상징적 권력의 중심입니다.

더 페이버릿의 마무리 : 권력은 사적인 전쟁이다

더 페이버릿은 단순한 궁중 음모극이 아니라, 감정과 인간관계가 교차하는 심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사랑은 도구가 될 수 있고, 충성은 상황에 따라 바뀌며, 권력은 사적인 감정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란티모스는 이 작품을 통해, 권력의 본질은 사적인 선택과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겉으로는 드라마지만, 실상은 욕망과 외로움이 빚어낸 정교한 심리전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권력을 갖기 위한 심리전 경험을 했던 적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