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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코다, 소리 없는 세상이 들려준 가족의 의미

by N픽스 2025. 6. 2.

소리로 가득한 세상—대화 소리, 음악, 자동차 경적—가 일상이 된 현대에서, 아리안 헤더의 코다(CODA)는 용기 있게 침묵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이 영화는 최근 몇 년간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이야기 중 하나를 완성합니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청각장애 부모 밑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Child of Deaf Adults), 루비 로시의 삶과, 전혀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 살아가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코다는 단순한 성장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단순히 노래하거나 말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신을 정의하고, 꿈을 추구하고, 타인의 기대를 넘어 자신만의 삶을 사는 내면의 목소리 말입니다. 가족에 대한 충성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야기, 사랑과 소통이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코다가 어떻게 침묵을 표현의 언어로 바꾸고, 갈등과 공감, 그리고 선택의 힘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다 : 소리 없는 세상이 들려준 가족의 의미

1. 코다, 침묵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침묵은 긴장감이나 대비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지만, 코다는 침묵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둡니다.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오히려 소리가 없는 순간들입니다. 눈빛, 몸짓, 미소 같은 비언어적 교류가 오히려 더 깊은 정서를 전달합니다.

특히 루비가 학교 공연을 할 때, 관객의 청각이 완전히 차단되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합니다. 이 침묵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루비의 부모가 세상을 어떻게 ‘듣는지’를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관객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이내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청각장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소통’이란 반드시 소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줍니다.

2. 루비의 내면적 갈등

루비는 청인과 청각장애인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그녀는 해석자이며, 중재자이고,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존재입니다. 또래의 청소년들과는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음악은 그녀에게 탈출구이자 정체성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이 꿈은 가족의 세계와 충돌합니다. 그녀가 노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녀 없이는 생계 유지가 어려운 가족을 두고, 꿈을 위해 떠나는 것이 과연 이기적인 선택일까요?

코다는 이 질문에 대해 단순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무와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3. 코다, 진짜 청각장애인의 진짜 이야기

코다의 또 하나의 강점은 캐스팅입니다. 마를리 매틀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 등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캐릭터는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으며, 유머와 따뜻함을 모두 지닌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 가족은 장애를 가진 ‘희생자’가 아니라, 때론 지저분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우며, 언제나 진정한 감정을 나누는 살아 있는 인물입니다. 코다는 청각장애를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문화이며, 삶의 한 형태입니다.

이는 단순한 대표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할 때, 그 진실성은 더 깊고 강렬합니다.

4. 음악은 해방의 도구

루비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자,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입니다. 음악을 통해 그녀는 가족과의 차이를 실감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그녀가 입시 오디션에서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를 부르며 동시에 수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퍼포먼스가 아니라, 두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말과 손짓이 하나 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온전히 표현해냅니다.

이것은 곧, 정체성의 통합입니다. 그녀는 가족과 꿈 사이에서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안고 가는 법을 배웁니다.

5. 코다, 사랑과 지지 그리고 놓아주는 용기

코다가 특별한 이유는, 갈등이 ‘사랑하지 않음’에서 비롯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무나 사랑하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아픕니다.

루비의 아버지가 그녀의 목에 손을 얹고 진동을 느끼며 노래를 ‘듣는’ 장면은, 말보다 강력한 이해의 표현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마음으로 딸의 열정을 느끼고자 하는 아버지의 노력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장면은 가족이란 ‘같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진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6. 취약함이 보여주는 진짜 강함

코다는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루비는 자신의 꿈을 말할 때 떨리고, 부모는 그녀를 놓아주려 할 때 두려움을 드러냅니다. 어머니는 루비가 음악을 자신보다 더 사랑할까 봐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솔직함은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됩니다. 강함은 감정을 억누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마주하는 데서 온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코다의 마무리 :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

코다는 소리로 가득 찬 세상에 ‘조용히’ 말을 겁니다. 이 영화는 말보다는 마음, 소리보다는 진심을 통해 가족과 정체성, 그리고 소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이야기가, 그 어떤 고함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코다를 보고난 후, 가족, 꿈, 소통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였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